아이폰X리뷰 디자인










지난 10년 동안 아이폰 디자인의 기본적인 공식은 똑같았다. 특히 전면은 지난 10년 동안 배치가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위아래의 베젤, 위에는 수화기와 센서, 아래에는 홈 버튼, 그리고 가운데를 채우는 디스플레이. 나중에 페이스타임 카메라가 추가되고, 아래의 홈 버튼에는 지문 인식 기능인 터치 ID가 추가됐지만, 전체적 모양은 단 두 달 전에 먼저 출시된 아이폰 8까지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관적인 디자인 공식은 사람들이 앞만 봐도 “아이폰이구나”라고 할 수 있는 독창성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이폰 X은 그 디자인 공식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아이폰 X의 전면은 화면으로 (거의) 꽉 채운다. 사실 요즘 많이 따진다는 본체 대비 화면 넓이 비율을 보면 아이폰은 82% 수준으로, 경쟁사의 스마트폰보다 1-2% 정도 낮은 수준이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만들었다는 에센셜 PH-1이 84%로 수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이폰 X은 이러한 경쟁사 폰들보다 화면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가지는데, 이는 매우 영리한 디자인 전략 덕이다.

대부분의 이러한 ‘베젤리스’ 스마트폰들은 전면 카메라나 센서들이 넣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위아래에 아주 얇은 상하 베젤(영미권에서는 이를 이마 forehead와 턱 chin이라고 한다)을 배치한다. 디자인의 대칭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이폰 X은 이 대칭의 법칙을 무시하고 아래에 턱을 넣지 않았다. 덕분에 위의 센서 하우징 부분을 제외하고는 디스플레이가 기기 모서리의 곡면과 완벽히 평행인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평행성 덕분에 화면이 정말로 기기를 꽉 채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실제로 보면 다른 베젤리스 스마트폰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져온다. 이 정도 수준의 디자인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었다는 게 대단할 정도다.

 그러면, 아이폰 X의 디자인을 얘기하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인 센서 하우징 부분을 얘기할 때가 된 것 같다. 프리뷰에서도 얘기했지만, 실제로 아이폰 X을 사용할 때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전면을 거의 꽉 채운 화면의 모습에 압도돼 센서 하우징의 존재감은 녹아 없어진다. 물론 아이폰 X의 디자인 과정에서 센서 하우징은 일종의 필요악이었을 것이지만, 애플은 오히려 이 부분을 나름 영리하게 활용한다. 어차피 센서 하우징으로 인해 생기는 양쪽의 귀는 실제 콘텐츠를 표시하기엔 부적절하니 시스템 아이콘을 표시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메뉴 바는 제어 센터 아래로 사라지고, 귀에는 시간과 신호 세기, 배터리 아이콘 등 필요한 것만 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다양한 아이콘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메뉴 바가 난잡해진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정리되니 깔끔하다.

 무엇보다 센서 하우징은 아이폰 X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시킨다. 내가 아이폰 X을 테스트하고 다니면서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 (IT에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도) 아이폰 X을 알아봤다. (‘텐’이 아니라 ‘엑스’라고 부른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말이지) 애플이 과연 장기적으로 센서 하우징을 없앨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과연 없앨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최소한 애플은 아이폰 X의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베젤리스 스마트폰 중에 가장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만은 확실하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각각의 귀에 어떤 정보를 표시하는지 설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약에 시계를 자주 차고 다닌다면 굳이 시계가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누군가는 배터리 잔량 아이콘보다는 백분율을 보고 싶어할 텐데, 이걸 제어할 수 없는 건 아쉽다. 또한, 센서 하우징이 사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로로 동영상을 볼 때인데, 꽉 채우는 걸 선택한다면 기본적으로 센서 하우징 너머까지 화면이 꽉 채워지기 때문에 이때에는 센서 하우징이 눈에 띌 수밖에 없게 된다. 센서 하우징 부분까지 꽉 채우기 이전에 직전까지만 화면을 채우는 모드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아이폰 X의 후면은 8처럼 기존의 알루미늄에서 유리로 바뀌었다. 물론 무선 충전을 지원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 유리가 가장 강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출시 이후에 진행된 낙하 테스트 등을 보면 딱히 그렇다고 보긴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후면 유리는 전면 유리보다도 교체 비용이 높다. 그 부분은 주의하자. 전후면의 유리 샌드위치 사이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띠가 둘러져 있는데, 아이폰 8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보다 강성은 더 높겠지만, 광택을 낸 표면 덕에 흠집에는 더 취약하다.

아이폰이 드디어 OLED를 사용한다. 물론 아이폰 X이 애플이 처음으로 OLED를 쓰는 제품은 아니다. 애플 워치는 이미 1세대부터 쓰고 있었고, 현세대 맥북 프로의 터치 바도 OLED의 작품이다. 하지만 아이폰에 OLED를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애플이 드디어 이 기술을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애플은 아이폰 X에 들어간 OLED를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패널 제조사인 삼성의 브랜딩인 “슈퍼 아몰레드”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하지만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 X에 쓰이는 패널은 애플이 직접 설계하고, 삼성이 생산만 맡은 물건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의 OLED와 다른 특성이 꽤 있다.

일단, 색 프로파일 튜닝부터가 다르다. 삼성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쓰는 OLED는 색상이 매우 화려하다. 흡사 “난 OLED요!”라고 여기저기 외치고 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초기에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눈이 시리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지금은 많이 차분해졌지만.

 하지만 애플은 늘 그랬듯이 “정확한 색”을 선호한다. 그래서 아이폰 X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꽤 차분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아이폰이 쓰던 LCD보다 훨씬 높은 명암비 덕분에 색감이 더 깊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OLED의 특장점인 완벽한 검은색의 특성은 아이폰 X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6:9 영상을 볼 때, 혹은 아이폰 X에 최적화되지 않은 앱을 사용할 때 레터박스가 마치 베젤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폰 X의 OLED는 앞선 기반 기술과 애플의 정교한 색 튜닝이 합쳐진 결과물로, 최근 나온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중 가장 좋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베젤을 줄인 아이폰 X의 디자인은 OLED 덕분이기도 하다. 하단의 기기 모서리와 완벽한 평행을 이루는 화면은 사실 OLED 패널을 접어 넣은 덕분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백라이트가 따로 있어야만 빛을 낼 수 있는 LCD와 달리 OLED는 직접 소자를 발광해 빛을 내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이 가능하다.

물론 OLED의 고질적 문제점은 아이폰 X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일단, 서브픽셀의 문제인데, 아이폰 X 또한 갤럭시 스마트폰의 OLED와 비슷한 펜타일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소 하나 아래에 RGB 서브픽셀을 모두 가지고 있는 LCD와 달리, 펜타일 구조는 주변 화소들이 RGB 서브픽셀을 서로 공유하면서 색을 낸다. 이 때문에 같은 해상도에서는 실제 화소 밀도는 LCD에 비해 떨어질 수는 있다. 다만, 애플은 이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안티앨리어싱 기술을 적용했고, 그 덕분에 딱히 선명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같은 화상을 표시하면 그 화상이 잔상으로 남는 번인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특히 구글의 픽셀 2 XL이 사용을 시작한 지 고작 1주일을 넘긴 시점에서 번인이 발생해 화제를 몰기도 했다. 애플은 자동 잠금을 기본 30초로 설정하고 전면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고 판단되면 자동 잠금을 일시 해제하는 식으로 번인을 최대한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번인은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겠지만, 최소한 픽셀 2 XL처럼 고작 1주일 만에 번인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아이폰 X의 진보된 디스플레이 기술에는 트루톤도 기여한다.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폰 8에 적용된 트루톤은 주변 조명의 색온도에 따라 화면의 색온도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폰 8에는 4개의 센서를 통해 색온도를 측정한다면, 아이폰 X에는 6개가 들어가 있어서 더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트루톤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평소에 느끼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설정에서 기능을 꺼보면 그 차이는 명확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바로 애플이 5.5인치의 아이폰 플러스 모델(6/6s/7/8)보다 더 큰 화면을 더 작은 크기에 넣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이폰 X의 5.8인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플러스의 5.5인치 디스플레이보다 클까? 답은 예와 아니오 둘 다다. 물론 대각선 수치만 보면 아이폰 X이 더 크다. 하지만 실제 화면의 넓이는 같은 대각선 길이상에서 비율이 정사각형에 가까울수록 더 커진다. 아이폰 X의 화면 비율은 19.5:9로, 최근의 어떤 베젤리스 스마트폰보다도 세로가 상당히 긴 편이다. 이 때문에 아이폰 X 디스플레이의 실제 가용 화소 개수(274만 500개)는 아이폰 플러스(274만 2,336개)보다 약 0.07% 적다. (아이폰 플러스의 수치는 LCD 패널 자체의 해상도인 1080p로 다운스케일되기 전의 수치를 기준으로 했다)

그럼 실제로 비교해보면 어떨까? 일단 웹이나 이북, 소셜 네트워크 앱 등 세로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 같은 텍스트 크기로 설정했을 때 아이폰 X이 좀 더 콘텐츠를 많이 표시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정말 겨우 몇 글자 차이일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16:9 영상이나 아직 아이폰 X의 해상도에 최적화되지 않은 앱을 사용할 때에는 아이폰 플러스가 압승을 거둔다. 안 그래도 전체적인 넓이가 살짝 적은 편인데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실제로 쓰이는 화면이 작아지는 것이다.

그럼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만약에 아이폰 X이 플러스만큼의 시원한 크기의 화면을 제공할 거라 기대한다면, 그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아이폰 X은 어디까지나 아이폰 플러스의 화면을 더 작은 크기에 넣은 것이 아닌, 기존 4.7인치 아이폰의 크기에 더 큰 화면을 집어넣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 X의 가로 포인트 해상도가 아이폰 8과 똑같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375pt) 두 번째로는, 아이폰 X의 새로운 화면의 성패는 재밌게도 써드 파티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에게 달려 있다. 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앱을 아이폰 X에 최적화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화면 비율을 사용하는 아이폰 X의 실용성이 꽤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국내 앱의 상황을 보면, 토스나 배달의 민족, 그리고 카카오톡, 카카오맵 등의 카카오 앱 등이 거의 유일하게 아이폰 X의 해상도를 제대로 적용한 상태지만, 다른 앱들은 아직 지원 시기가 미묘한 상황이다. 애플 측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라는 답변을 내놨지만, 지금도 일부 금융권 앱들은 4인치 해상도 지원이 끝인 마당에 대체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해는 말자. 아이폰 X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에 탑재된 가장 진보된 디스플레이고, 어쩌면 지금껏 스마트폰에 탑재된 디스플레이 중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디스플레이가 진정한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가는 애플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다. 모순적이지 않은가?







※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 https://www.google.co.kr/imghp?hl=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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